이번에는 내가 덴마크에서 했던 일 중 레스토랑 키친헬퍼 일의 경험담을 적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나는 친구의 소개로 뉘하운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음식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나에게 그 일을 바톤터치 해주었다.
내가 일하면서 느낀 덴마크 레스토랑은, (주관적)
1. 보기 좋게 예쁘게 음식을 만든다. 음식의 데코레이션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 보기엔 예쁘지만 맛은 없다.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내 입맛엔 덴마크 음식은 짜고 단조롭다.)
2. 유기농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많이 비싸다.
3. 음식 업계인데도 불구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다.
4. 같이 일하는 사람들 끼리의 친목을 중요시 하는 듯 하다. 꽤나 자주 코워커들끼리 혹은 뉘하운의 다른 레스토랑의 사람들과도 친목 파티를 하는듯. 술 혹은 담배를 못하면 친목 다지기 조금은 어려운 환경... 말빨이 세거나 수다쟁이들은 괜찮겠지만... 나같은 쭈굴이들은 힘듬..
5. 쉬는 시간이 딱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하루에 30분정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일했던 곳은 그냥 틈틈이 안바쁘면 5-10분씩 쉴 수 있었다. (한국은 점심시간이 1시간정도인데, 덴마크는 점심시간이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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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했던 레스토랑 키친에는 두명의 데니쉬 쉐프(메인쉐프, 보조쉐프)와 한명의 외국인 키친헬퍼가 일을 하고 있었고, 네다섯명의 데니쉬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데니쉬뿐인 레스토랑이였다.
메인 쉐프는 여자분이였고, 그 일을 소개해준 친구의 말로는 이 쉐프가 꽤나 까다롭기 때문에 조심하는게 좋다고 경고를 했었다. (나중에 그 친구의 말이 정말 이해가 잘 갔다.)
첫날 트라이얼을 하는 날, 하필이면 갑자기 바빠져서 쉐프도 정신이 없고, 나는 첫날이라 배운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실전으로 뛰어야 했다; 어쨌든 그날은 쉐프가 만족을 하면서 나를 채용하기로 결정을 했다.
정식 채용 후, 얼마 동안은 그냥 허드렛 일 위주로 했다. 디시워셔를 하고, 청소를 하고, 창고에서 재료를 가져오고, 박스들 분리하고.. 쓰레기 버리고.. 냉장고 안 청소하고..그냥 채소 다듬고 뭐 이런거를 했다. 그때는 레스토랑이 하나도 안바빠서 손님도 별로 없고 이래서 일을 쉬엄쉬엄 했었다. 그래서 일하기 편한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이때까지는 메인 쉐프의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지... 크흡..
어느날은 레시피들을 하나하나 배우기로 하였다. 보조쉐프가 레시피를 알려주면서 한창 배우고 있을때 내가 실수로 어떤 재료를 안넣었는데 그걸 메인 쉐프가 알게되고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였다;;
나에게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고든램지 저리가라 할 정도 ㅋㅋ 여자버젼 고든램지...ㅋ...
이게 얼마짜리 메뉴인지 알아!? 내 음식을 망치지마! 뿩킹 뿩킹 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난생처음 나에게 저렇게 직접적으로 대놓고 욕을 퍼붓는 사람이 없었기때문에 ㅋㅋ 처음으로 그렇게 욕을 대놓고 들었다. 배우는 중인데 실수 할 수 있지도 않나...그게 그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싶었다. 솔직히 난 그 요리가 그렇게 비싼 것도 이해가 안간다. 그냥 빵 위에 새우 놓고 꽃이랑 초록 야채들, 그리고 소스 두가지 보기 좋게 뿌리는건데.. 내가 소스 하나를 깜빡하고 못뿌렸다;;
거기서 일하면서 배우는 요리들 내가 먹어도 보고 했는데 솔직히 맛없고... 진짜 단조롭다; 한식같이 손 많이 가고 여러 맛이 느껴지고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감자, 고기, 빵 이런 요리인데...
그냥 보기에만 좋은 음식이랄까;;; 그나마 맛좋은건 디저트랑 프렌치프라이드.. (내 개인적인 입맛)
아무튼 그렇게 화를 한번 시원하게 나에게 내더니, 그 후로 온갖 트집을 잡더라 ㅋㅋ
다른 웨이트리스가 와서 쉐프가 키친 일에 원래 많이 예민해서 그런거라며,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어서 그런거 아니라며;; 나를 다독였지만, 난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벙쪘다. 나중엔 쉐프도 직접 와서 너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며 가끔 자기가 예민해진다며 해명하듯 말을 했지만... 욕을 들은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
그날 이후로 내가 하는 일마다 태클을 많이 걸었다. 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일도 저날 이후로 아무런 핑계를 대면서 태클을 걸었다. 그러다가 다른 쉐프 한명이 새로 더 들어오게되었는데 그 쉐프랑 일을 하는 날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나보고 일 잘한다며 칭찬만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쉐프랑만 일을 하고 싶었는데..ㅠㅠ 그렇게 되진 않았다. 그 새로운 쉐프도 일을 금방 관둬서..볼 일이 별로 없었다. 그 새로운 쉐프도 경력 10년차인데, 메인쉐프랑 같이 일하면 메인쉐프가 항상 태클건다면서.. 신경쓰지 말라고 했었다.
어느날은 메인쉐프가 나보고 하는 말이 남자들 처럼 일을 해야한다며 체력 키워야 한다며, 무거운 것도 많이 들어보라고.....근데..그 체력이 갑자기 키워지냐고요...?
와인병 20개 든 박스를 윗층으로 나보고 옮기라고 할때도, 나도 당연히 옮기고 싶지.. 근데 무거워서 내 힘으로는 안되는데 어떻게 옮기냐고...게다가 유리라서 자칫 잘못 하면 다 깨지는데...아무리 남자처럼 일을 하고 싶어도 체력적으로 안되는건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 내가 몸무게가 40키로인데..
내 몸무게의 반이 넘는걸 어떻게 들어 옮기냐고....그것도 계단으로 올라가야하는데......
그래서 또 무거워서 낑낑 대면 또 맘에 안든다고 투덜 대고;; 그럼 직접 자기가 할수 있음 하던지; 웃긴건 자기 하는 일 없이 수다 떨면서.. 나보고 일 시키고 내가 못들면 자기가 들어 옮겨야 하는거 아닌가;;;.. 자긴 하는 일도 없으면서; 결국에는 내가 못하니 다른 남자 스텝 불러서 옮기더라 허허;; 자기도 못할거면서 참나.
아무튼 저날 이후로 모든게 악화되었다. 뭘 하기만 하면 느리다고 구박하고..그것도 기분이 정말 나쁜게 나에게 직접 너 느려 이런게 아니라 다른 쉐프한테 가서 내가 듣고 있는거 알면서도 쟤는 왜이리 느려, 이런식으로 말을 하니 기분이 두배는 더 나빴다. 차라리 나에게 직접 말을 했으면 차라리 덜 기분 나쁠듯; 저렇게 듣고있는거 알면서 들으란 듯이 말을 하는게 정말 약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얼마 안지나서 또 다른 새로운 쉐프가 들어왔는데......이 젊은 남자 쉐프도 정말 짜증 났다.
메인 쉐프한테 나에 대해서 뭘 들었는지 나랑 일 한 적도 없으면서 내가 일 하러 들어오자마자, 쟤는 느리니까 너가 이거 해 (다른 보조쉐프) 하면서 또 뒤에서 저렇게 다 들리게 말하니까 정말 기분이 너무 나빴다.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 뒤에도 뭐라뭐라 말을 했었는데 지금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엄청 기분이 나빴었다. 메인쉐프나 두번째 새로 들어온 쉐프나.. 둘다 약아빠져가지고.. 그냥 대놓고 말을 하지 뒤에서 다 들으라고 하는것도 짜증.. 키친에는 쉐프랑 보조만 있어서 사이가 안좋으면 정말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거기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담배를 폈다. 정말 거의 95%의 스텝들이 담배를 펴댔다. 나는 담배도 안피고, 술도 안마시고 성격도 내성적에, 언어도 녹록치 않은 정도라 정말 친목의 친자도 못다질 환경이였다;; 다들 쉬면서 담배 피면서 이야기 하고 하는데 나는 담배 냄새 극혐이고;; 담배 꿈뻑꿈뻑 피더니 들어와서 장갑끼고 다시 요리 만드는것도 내가 볼때는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다. 장갑을 끼었을지언정... 그래놓고는 음식 예쁘게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물론 보기 좋은게 맛도 좋겠지만 내 생각엔 그냥 보기만 이쁘다. 꽃을 올리니까. 맛은 별로. 덴마크 음식이 맛이 있진 않다.
메인쉐프가 내 스케쥴을 짜주는데 결국엔 점점 일수가 줄어들더니 한달에 겨우 하루 일을 하게 되었고, 제일 바쁠때 크리스마스, 새해 이럴때는 많은 데니쉬들이 쉬니까 외국인인 나를 불러서 일하러 오라고 그러고;;; 그것도 새벽 1시까지;; 내가 일을 못하고 정말 마음에 안들면 그냥 짜르면 될 것을... 끝까지 자르진 않고 점점 스케쥴 일수 줄여나가다가 나중엔 급할때, 엄청 바쁠때만 가끔 부르기만 했다.
나도 나중엔 돈이 전혀 안되니까 일을 지속 할 필요도 없고 바쁠때만 부르는건 너무 괘씸해서 불러도 안나갔다. 그리고 페이하는것도 가끔 정말 적은 돈 20-30kr씩.. 적은돈이지만 저렇게 조금씩 돈을 적게 주니 저정도로 돈 안들어왔다고 따지기도 뭐하고..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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